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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친구 友情 이어준 ‘감격의 통화’





제283호/2001.5.10

한국-미국 ‘그리운 얼굴 찾기’ 무료캠페인 네 번째 사연


단짝 친구 友情 이어준 ‘감격의 통화’

마현희씨 13년 전 이민 간 김지연씨 찾아 … 여고 시절로 돌아가 정겨운 대화

주간동아’와 미국 시카고의 강효흔 탐정이 공동으로 벌이는 한국-미국 ‘그리운 얼굴 찾기’ 캠페인이 벌써 세 번째 당첨자를 발표했다. 첫번째 행운의 주인공인 고학순 할머니는 10년 만에 고국을 찾은 막내딸 박희자씨와 감격의 상봉을 했고, 세 번째 당첨자인 홍삼분 할머니는 입양 보낸 딸을 찾아 현재 미국 행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자식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해야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다”는 노부모의 애틋한 사연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니 오랜 친구-은인 등을 찾고자 하는 분들은 언제쯤 행운이 찾아올지 안타깝게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네 번째 당첨자는 고등학교 시절 이민 간 친구를 찾는 마현희씨(29)로 선정했다.

“꼭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에요. 연세 많은 분들이 가족을 찾는 사연이 많아 제게 이런 행운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가장 젊은 당첨자로 기록될 마현희씨는 친구를 찾고자 하는 애틋한 사연을 담아 ‘주간동아’ 앞으로 이 메일을 보내왔다. 컴맹이던 현희씨가 컴퓨터를 배운 것도 친구 지연이를 찾겠다는 일념 때문.

“인터넷이 지연이를 찾아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졌어요. 6개월 전부터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검색방법을 배워 ‘김지연’이라는 이름도 쳐보고, ‘미국 이민’도 찾아보고, 친구 찾기 사이트란 사이트는 다 뒤져서 혹시 김지연이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게시판에 띄웠죠. 그런데 우연히 검색 도중에 ‘주간동아’에서 이런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찾아주실 줄은….”

현희씨는 동덕여중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인연으로 지연씨와 단짝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현희씨가 이사를 하면서 장충중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계속되었다. “한 달의 절반은 지연이네에서, 또 절반은 저의 집에서 지낼 정도였으니까요. 거의 유일한 친구였는데 어느 날 이민을 간다니까 충격이 컸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여고시절 현희씨는 단짝이 자신을 버리고 갔다는 생각에 괴로워서 가출을 하기도 했다. 집을 나와 지내는 동안 친구가 미국에서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그것을 보고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답장하는 것 자체가 괴로웠는지 알 수가 없다고. 그 후 현희씨네도 이사를 하고 지연씨와 완전히 연락이 끊어졌다. 친구가 편지 한장 하지 않는 자신을 얼마나 원망할까 후회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았다. “둘 다 워낙 가난해서 카메라도 없었어요. 단짝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더라구요. 공항에서 지연이 삼촌이 찍어주신 게 유일했는데 그 사진은 받지 못했어요.”

친구 찾겠다는 일념 컴퓨터도 배워

강효흔 탐정이 찾아낸 미국의 김지연씨 집으로 전화를 걸어 본인임을 확인한 게 4월23일 오전 10시. 사실 그로부터 3일 전 김지연씨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지연씨가 저녁 시간 아이들을 재우느라 전화를 받기 어려운 형편이거나,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는 아예 전화를 꺼놓기도 한다는 것이다. 23일 두 번째 전화는 성공. 서울의 마현희씨가 친구 김지연씨를 찾고 있다는 내용과 전화 연결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지연씨는 “당연하죠”라며 그리움이 가득한 반응을 보였다.

곧바로 서울의 현희씨에게 “지연씨를 찾았다”고 통보. 현희씨 반응은 앞서 당첨되었다는 소식에 너무 놀랍고 기뻐 거의 할 말을 잊었던 노부모들과는 사뭇 달랐다. “어머, 어쩌면 좋아. 지연이 찾은 게 사실이에요”라며 거듭 확인했다. 다음날 오전 10시 미국과 첫 통화를 하기로 약속했다.

성북구 정릉 3동 마현희씨가 살고 있는 성원아파트. 현희씨의 남편 변석구씨(30)와 아들 유성(6), 딸 유빈(4) 온 가족이 전화상봉을 기다렸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그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래 전에 헤어진 친구까지 찾아준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친구와의 첫 통화에 대한 기대 때문에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남편과 맥주를 한잔 하며 “꿈이냐 생시냐” 했다는 현희씨는 여전히 친구가 별로 반가워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이다. 곧 미국으로 전화를 걸어 김지연씨의 음성을 확인하고, 현희씨에게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너무 보고 싶다. 너 한국에 언제 올래. 우리 손잡고 다니던 그 골목 생각나니. 떡볶이 먹던 집, 그리고 너희집 그 골목, 한의원 있던 곳 말이야. 지금은 없어졌어.”

미국의 김지연씨는 학교 졸업 후 컴퓨터 회사에 근무하다 남편(허정)을 만났다. 현재 두 살, 9개월 된 두 딸을 키우며 정신없이 살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에 있는 다른 친구들을 통해 현희씨 안부를 물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시댁 식구들과 지내다가 남편과 2주 전에 현재 주소로 옮겼는데, 이곳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고.

1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헤어짐도 두 사람의 우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끝이 나지 않을 듯 수다를 떨던 현희씨는 아이들을 놀이터로 보낸 뒤 둘만의 시간을 갖자고 전화를 끊었다. 거듭되는 감사 인사와 함께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행운이 있음을 알리겠다고 약속하는 현희씨 가족에겐 일생에 기억될 만한 하루였다. < 김현미 기자 >        

강효흔 탐정은 김지연씨를 어떻게 찾았을까 ?.

▶ 주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신청자 마현희씨가 제공한 11년 전 주소지에 살았던 거주자를 검색해서 그중에서 ‘김씨’ 성을 가진 사람만 추려냈다.

▶ 다시 나이를 비교해 김지연씨의 부모가 될 만한 연령층을 추렸다.

▶ 그 사람들의 기록을 추적한 결과 이름과 나이가 같은 ‘허씨’ 성에 ‘지연’이란 이름의 스펠링이 있는 경우를 찾아냈다.

▶ 김지연씨는 29세로 결혼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결혼 후 남편 성을 따르기 때문에 ‘김씨’가 아닌 다른 성으로 바뀐다. 기혼 여성의 소재를 파악할 때 ‘성’보다 이름으로 찾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김지연이 아닌 허지연을 추적한 결과 바로 동일인물임을 확인했다.

▶ 이경우 신청자가 부모나 형제자매의 이름을 제공했으면 소재 파악은 물론 신원 확인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기혼여성은 성이 바뀔 뿐만 아니라 시민권을 받아 미국인으로 귀화하면서 이름도 미국식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다른 가족들의 이름이나 신상기록을 알면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예전에 주고받던 편지가 있으면 그 주소 및 이름의 영문표기를 알 경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제279호/ 2001.4.12

  "언니 오빠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주간동아’가 펼치고 있는 한국-미국 그리운 얼굴 찾기 무료캠페인의 첫번째 행운의 주인공 박희자씨(50)가 1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272호에 게재). 2월8일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박희자씨와 한국 동두천에 거주하는 오빠 박치원씨(54)가 첫 통화에 성공한 지 한 달 만에 이루어진 고국 방문이다.

3월9일 새벽 첫 비행기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희자씨는 그동안 큰언니 명원씨(60), 둘째언니 길자씨(57), 오빠 치원씨 집을 오가며 애틋한 정을 나누기에 바빴다. 아들 브라이언과 며느리, 딸 미셸, 남편 엘렌 새스씨와 함께 찍은 사진도 가지고 와서 가족들과 보고 또 보며 헤어졌던 시간을 메워 나갔다. 또 수첩에 조카들 이름을 적어 외우면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어느새 출국날짜(4월5일)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가족의 생사도 몰라 애태우던 과거와 달리, 이제 어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언제든지 전화를 걸 수 있는 연락처가 있기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우연히도 이 일을 성사시킨 시카고의 강효흔 탐정(미국공인사립탐정)이 강연차 한국을 방문중이어서 희자씨 가족과 만났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강선생님과 주간동아가 아니었다면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요”(희자씨) “같은 한국 땅에 살아도 1년에 몇 번 얼굴 보기 힘든 형제들인데 막내를 찾은 김에 실컷 형제애를 나눌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명원씨) 희자씨 가족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캠페인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하면서 첫번째 행운을 누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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