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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해결사' 한국인 사립탐정.


(뉴스라인) 1999년 9월 13일

29 '시카고 해결사' 한국인 사립탐정. 

미국 공인 사립탐정 강효흔씨(42).   해외도피 경제사범을 추적.송환하는 경제범전문가.   재산도피, 고의부도, 공금횡령….   수법이 날로 다양해지지만 그의 추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능화돼 가는 범죄의 척결을 위해선 제대로 된 탐정제도가   필요하다고 믿는 강탐정」의 탐정이야기.

[MX] 미국 공인 사립탐정 강효흔

미국 시카고 「인터서치」 대표 강효흔(42). 펑퍼짐한 몸매, 서글서글한 웃음.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모습이지만 범죄자를 찾아내는 공인 사립탐정이다. 국내에서 「사고」를 치고 미국으로 도피한 경제사범을 추적해서 송환하는 「경제범 전문가」.

지금까지 해결한 경제사건만도 30여건이 넘는다. 고의부도를 내고 도망간 사기꾼, 공금을 횡령한 회사원, 재산을 몰래 빼돌린 기업체 사장…. 범죄수법도 다양하고 도주방법도 해마다 치밀해지지만 그의 추적을 피하기 어렵다. 의뢰받은 사건은 90%이상 해결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일반범죄 검거율은 20~30%에 불과하다. 그는 최근에도 피의자를 송환하기 위해 한국을 다녀갔다. 

『현재 공개수배된 해외도피범만 400여명이 넘습니다. 이중 절반 정도인 200여명이 미국에 있습니다. 기소가 안된 작은 사건까지 합하면 아마 3,000여명 정도는 될 겁니다. 갈수록 해외도피범이 늘지만 양국의 법 체제가 달라 현지 경찰이나 인터폴에게만 의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죠. 사립탐정이 아니면 붙잡아 송환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가 이름을 얻기 시작한 것은 90년. 당시로서는 최대규모의 외화를 밀반출 했던 대성그룹 사기사건을 맡으면서부터. 미국에 은행계좌를 열고 50여억원을 불법대출해 도망간 대성그룹 직원에 대한 수사를 의뢰받았다. 그때만 해도 사립탐정이 아니었다. 미국인 사업가와 함께 기업체의 미수금을 받아내는 「내셔널 크레디트 네트워크」란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해결사를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절차를 통해 숨겨놓은 채무자의 재산을 추적하는 회사. 그나마 회사를 설립한지 불과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였다.  피의자를 잡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탐정수업」을 해야 했다. 항공기록과 전화기록을 뒤지고, 현지 친척을 탐문수사한 끝에 9개월만에 은신해 있는 범인을 잡았다. 회사공금을 회수하고 범인까지 송환한 이 사건은 한·미수교 사상 최초의 범인인도라는 기록을 남기고 국내에서는 그 해 10대 뉴스로 보도됐다. 

그때부터 소질을 인정받은 그는 미국인 탐정사무소에서 함께 활동했다. 현지에서 5년여 동안 정보를 수집하는 스킵 트레이서(skip tracer)를 거쳐 95년 공인 탐정이 됐다. 한국계로는 세번째다. 사실 미국에서 사립탐정은 꽤나 인기있는 직업. 그러나 전직 경찰이나 수사관 중에서도 베테랑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 사립탐정이 되기 위해서는 탐정사무실에서 6,000시간(약 3년)의 현장 실무경험과 합격률이 20%밖에 안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는 한때 경찰관을 지원할 정도로 탐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81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가기 직전 그는 군에서 첩보병으로 근무했다. 비무장지대를 훑으며 북한군의 동태를 찍어 분석하는 업무가 신이 났다. 미국으로 건너와서는 현지 교포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들춰내는 사회부 기자와 취재부장 12년. 끈질긴 취재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때부터 별명이 「강탐정」이었다. 실제로 탐정도 기자와 별로 다를 바 없을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탐정도 틈새시장입니다. 경찰이 무한정 한 사건에만 매달릴 수 없고, 수사비를 지출하는 데도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피해자들은 탐정을 찾게 됩니다. 특히 거액의 소송이나 민사사건에는 정보하나 때문에 승패가 좌우되므로 변호사들도 탐정을 쓰게 되는 거죠』 

97년ㅎ병원에 이중으로 병원 신축부지를 팔아 50억원을 들고 달아난 ㄱ씨를 붙잡아 송환시켰고, 98년 1천1백39억원의 유가증권을 위조한 뒤 LA로 숨어들어온 ㅂ씨도 그에게 덜미를 잡혔다. 지난달에도 식품회사로부터 물건을 납품받아 팔아치운 뒤 미국으로 도망간 피의자를 붙잡아 송환시켰다. 지난해에는 KBS의 부탁을 받고 재벌 회장들의 외화 밀반출 추적을 도와주기도 했다. 

『범인을 찾았다 해도 그 자리에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검찰과 연락을 해야 되고 외교적인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서류작업만 꼬박 한 달이 걸리죠. 그때까지 놓치지 않게 감시해야 합니다. 사실 수사 못지 않게 힘들죠』 

잠복근무를 하며 24시간 꼬박 밤을 새우는 것도 흔하다. 이때 범인에게 들키면 지금까지 해왔던 수사가 모두 수포로 돌아가버린다. 또 갈수록 경제범들은 지능적이어서 콧수염을 기르거나 이름을 바꾸는 등 철저하게 위장하기 때문에 보통 범죄자들보다 추적하기도 어렵다. 때로는 「죽여버리겠다」는 살해 위협을 받기도 한다. 

경제사건을 주로 다루지만 이산가족을 찾아주는 업무도 많이 한다. 입양간 가족을 찾거나, 헤어진 친지를 찾아준 것도 30여건이나 된다. 지난해부터는 한국 국회에서 준비 중인 탐정법안 자문을 해주고 있다. 그는 한국에도 제대로 된 탐정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한 건의 사건이라도 더 해결해야 더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취재수첩]- 

『한국에서는 「탐정」 하면 불륜관계나 파헤치는 흥신소 직원이나 비밀 도청 등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분야가 굉장히 많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제범, 흉악범, 가정문제 등 분야별로 다양할 뿐 아니라 기업체에서도 정보를 얻기 위해 탐정을 고용합니다』 

실제로 스포츠용품 업체 리복은 특허 도둑을 적발하기 위해 사설탐정회사와 용역을 맺기도 했고, 독일의 대기업들은 합병 대상 기업을 물색할 때 사설탐정을 동원한다. 인수기업의 임원 중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찾아내기 위해서다. 미국의 GM도 산업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탐정을 고용한다. 변호사들도 탐정을 찾는다. 미식축구스타 O J 심슨 재판 당시에도 그의 재산 추적을 위해 탐정이 고용됐다. 심슨 사건을 맡은 탐정 크롤은 직원만 300여명에 달하며 해마다 2,700여건의 사건을 맡는다고 한다. 순이익도 한해 수천만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탐정은 정보원을 포함 2만여명. 공식면허를 가진 탐정은 5,000명이다. 평균 의뢰비는 시간당 50~70달러 정도. 강효흔씨는 그중에서도 실력파에 속해 시간당 100달러를 번다. 특급탐정은 시간당 300~400달러를 호가한다. 그래서 미국의 공인 탐정은 변호사 못지 않게 우대를 받는다고 한다. 경찰관이나 법원 수사관 중에서도 실력자들만 탐정이 될 수 있다. 

탐정업무도 분업화돼 있다. 각종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를 파는 스킵 트레이서부터 수사를 담당하는 탐정까지 다양하다. 심지어는 FBI도 이들로부터 정보를 사고 팔며, 경찰이나 검사도 탐정을 고용한다. 탐정의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정확한 정보원을 확보하느냐는 것과 정보의 옥석을 가려낼 줄 아는 안목이라고 한다.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사진 권호욱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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