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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같은 아저씨 너무 뵙고 싶어요”





제311호/2001.11.29

▶ 한국-미국 ‘그리운 얼굴 찾기’ 무료캠페인 여덜번째 사연

“아버님 같은 아저씨 너무 뵙고 싶어요”

문원철씨 필라델피아 거주 박준업씨 찾아 … 결혼 당일 기쁜 소식 뜻 깊은 ‘결혼 선물’

'아버지 친구분을 찾고 싶습니다'라는 문원철씨의 편지는 뜻밖이었다.  혈육도 아니고 둘도 없는 친구도 아니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구분을 찾아달라는 사연이 접수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혼전에 연락을 하고 싶다는 희망도 무리였다.  식은 이미 이틀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신청이 너무 늦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카고의 강효흔 탐정은 이번 사연을 찾으면 멋진 ‘결혼 선물’이 아니겠느냐며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하루 만에 미국에 있는 박준업씨의 행방을 찾아 결혼을 앞둔 새신랑에게 연락해 줄 수 있을까.

시카고의 강효흔 탐정은 일단 문원철씨가 건넨 박준업씨의 옛 주소를 살폈다. 이를 통해 불과 1시간 만에 박씨가  이사한 새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찾는 사람의 조급한 마음에는 아랑곳없이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응답이 없었다.  다른 사연이라면 다음날 재시도하겠지만 문원철씨의 경우 꼭 결혼 전에 통화를 성사시키려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바빴다.

강효흔 탐정은 다시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박준업씨의 이름으로 등록된 사업체를 추적했다.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전원’이라는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식당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사장님은 요리중. 신청인이 찾는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다세대주택서 돈독한 이웃의 情

이제 기자가 부랴부랴 문원철씨에게 이 소식을 알리려 했으나 통화 실패. 결국 결혼 당일에야 통화에 성공했다. 정오 결혼식이 시작되기 불과 2시간 전인데 뜻밖에도 신랑이 직접 휴대전화를 받았다.   화장하다 반가운 소식을 듣고 문씨는 어쩔 줄 몰라했다.  시간이 별로 없어 미국에 있는 박준업씨의 식당 전화번호를 불러준 뒤 직접 전화를 걸어보라고 권했다.  자세한 사연은 열흘간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뒤 듣기로 했다.

광명시에 신혼집을 마련한 문원철(32)·방은경씨(29) 부부는 ‘주간동아’ 캠페인이 “최고로 멋진 결혼 선물”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문씨에게 박준업씨(59)는 부모와도 같은 아저씨였다. 서울 개봉동의 다세대주택에서 오밀조밀 모여 살던 시절, 세들어 살던 박씨 아저씨가 여러 차례 사업 실패 끝에 미국으로 이민했다. 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연로하신 할머니(박씨의 어머니)를 모시기 어렵자 박씨는 이웃에 어머니를 부탁하고 떠났다 몇 년 뒤 미국에서 자리잡은 다음 모셔갔다. 그동안 문원철씨 3남매에게 할머니는 이웃 할머니가 아니라 ‘우리 할머니’였고, 문씨의 부모님도 내 부모처럼 극진하게 모셨다.

아버지 문영유씨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어른들끼리 자주 편지왕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96년 문씨의 부모님이 한꺼번에 세상을 떠나고 두 동생과 경황 없이 이사하다 그만 미국 연락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이삿짐을 뒤져도 아저씨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편지를 찾을 수 없었다. 몇 차례 옛 주소로 편지했지만 번번이 반송되자 포기했다.

“만약 이번에 아저씨를 찾지 못했다면 영원히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혼을 앞두고 아버님이 남겨주신 연락처를 가지고 청첩장을 쓰다 보니 문득 미국으로 떠난 할머니 생각이 나는 거예요. ‘살아 계실까, 꼭 연락해야 할 텐데’라며 안타까움만 달랬죠.”

문씨는 부모님이 잇따라 돌아가신 직후 96년 6월 미국에서 아저씨가 보내주신 편지를 꺼냈다. “친애하는 석철군과 동생들에게”로 시작하는 안부편지였다. 문씨는 어렸을 때 본명 대신 석철로 불렸다고 한다. 편지는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들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오. 오늘 아침에도 성당에 가서 석철군 부모님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드렸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문씨가 마지막으로 기대한 것은 인터넷이었다. 첫 검색어는 흥신소, 다음은 탐정. 그중 ‘강효흔 공인탐정’ 사이트에 접속해 ‘주간동아’와 공동으로 벌이는 무료캠페인을 알아냈다고 한다. 결혼 당일에 기쁜 소식을 미국의 아저씨에게 전할 수 있었지만 할머니가 1년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허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서둘렀더라면….

문씨는 5년 동안 중학교 수학교사로 재직하다 현재 영등포에서 뉴엘리트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늘 그의 관심은 정상적인 지능을 갖고도 학습부진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있다. 학습부진아를 위한 특수교육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계획중인데 조만간 필라델피아의 아저씨와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리고 ‘주간동아’에 한마디.

“저는 운이 좋아 이 사이트를 알아냈지만, 인터넷에 서툰 분들은 도무지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겁니다.  좀더 쉽게 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어요.” < 김현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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