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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찾아주기 '34년동안 헤어져있던 여동생 찾아'

2018년 5월 16일 업데이트됨


「이산가족 찾기」무료 이벤트 【스포츠 서울】와 공동 사회사업

2003.09.10 (수)  1 번째 상봉

이산가족 찾아주기 '34년동안 헤어져있던 여동생 찾아'

“34년 동안 헤어져 있던 여동생을 찾게 되다니… 이제 한을 풀었습니다.”

전남 나주에 사는 김상오씨(61·농업)는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한가위를 맞았다. 생사조차 모르고 지냈던 여동생 순아씨(55)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비록 국제전화를 통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김씨의 마음은 한가위 보름달만큼이나 환해졌다. 너무 오랜 시절 떨어져 살았던 탓인지 통화에 앞서 “진짜 내 동생이 맞느냐”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짧은 인사와 함께 형제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해 가면서 김씨의 눈은 촉촉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통화하는 내내 여동생에게 “그동안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아느냐”며 지나간 시절의 아쉬움을 쏟아냈다.

이번 오누이의 상봉은 스포츠서울과 ㈜휴먼서치가 함께 벌이고 있는 ‘이산가족 찾아주기’ 캠페인을 통해 이뤄졌다. 김씨의 막내아들 남길씨(32)는 그동안 여동생의 행방을 몰라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마음의 짐을 안은 채 평생을 괴로워하던 아버지를 보다 못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연을 보냈다. 신청을 받은 휴먼서치 대표 강효흔씨(미국 공인탐정)는 민간인 데이터베이스를 여러 차례 검색했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바람에 추적이 어려웠지만 마침내 매사추세츠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순아씨를 찾을 수 있었다. 남길씨는 아버지에게 큰 추석선물을 안겨드린 것 같아 뿌듯해했다.

가난한 농가의 큰아들이었던 김씨가 여동생과 헤어지게 된 것은 순아씨가 10살쯤 됐을 때다. 어느 날 김씨가 어려운 집안형편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호되게 나무라자 순아씨는 다음날 집을 나가버렸다. 이후 전국을 떠돌며 이곳저곳에서 일하던 순아씨는 70년까지는 이런 저런 소식을 보내왔지만 77년에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홀연히 한국을 떠났다. 이후 김씨 오누이는 지금껏 서로 생사도 모른 채 살아왔다. 순아씨는 전화통화에서 “30년 가까이 피붙이 하나 없는 미국에서 고향의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살았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동안 김씨가 알고 있는 것은 순아씨가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는 것뿐이었다. TV뉴스에서 이국자들이 현지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동생 생각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그러나 이번 전화 상봉을 통해 동생이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이제서야 한시름 놓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기뻐하기는 순아씨도 마찬가지였다. 가난했던 기억만을 갖고 떠났던 순아씨는 고향집에 전화와 컴퓨터는 물론이고 자가용도 있다는 말에 무척 놀라는 기색이었다. 순아씨는 “그동안 간간이 한국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발전한 줄은 몰랐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통화를 마치고 김씨는 “큰딸을 낳았을 때 아기옷을 잔뜩 사 가지고 고향을 찾은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얼른 미국을 방문해 동생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제서야 동생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며 스포츠서울과 휴먼서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잊지 않았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오누이가 30여년 만에 바라보는 이번 추석달은 누구의 달보다 크고 휘황찬란할 것이다.       

인천 ┃ 류지영기자 eco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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